가을이다. 나도 중학생이 되었고, 벌써 2학년 2학기다. 오늘은 학교에서 독서 주간 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특별한 게 없는 것 같다.
아침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형식적으로 몇 권의 책을 추천하는 것이 다였다. 둘째 시간이 왔다. 국어 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황금찬 선생님 시간이다.황금찬 선생님은 우리 학교 국어 선생님이신데,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주 유명한 시인이시기도 하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며 중학생은 근접도 못하던 성인잡지 “선데이 서울” 한 쪽을 읽어주셨다.
친구들과 함께 몰래몰래 보기는 했는데, 아니 그런 엄청난 잡지를 교실에서 읽어주시다니, 와, 와.선데이 서울 잡지에 실린 기사 하나를 짧게 읽으셨지만, 실은 우리들 중학생이 “어른”으로 되어가는 갈등과 충돌의 과정을 어떻게 무리없이 보내야 할지를 은유적으로 이야기해주신 것이다. 감동이었다. 지난 주에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독서 주간 기념--으로 독서 관련 표어를 한 편씩 써오도록 숙제로 내주셨었다.
오늘 수업 마무리에 제출된 표어 중에서 우수작품을 발표했다. 와 와, 내가 낸 표어도 우수 작품으로 뽑혔다. 등수는 없었고 상품도 없었지만
황금찬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하다. 내가 쓴 표어다.
“스승이 따로 있나, 읽는 책이 스승이지.”
~ ~ ~ ~ ~그런 중학생이던 내가 이제 노인이 되었다. 어른도 되기 전에 노인이 되었다. ~ ~ ~ ~ ~
* 시인 황금찬 선생님 (1918-2017)을 그리며